내고향 금소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를 휘적이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의 '향수' 중 -
몸은 떠나있어도 마음은 머무는 곳이 바로 고향이라고 합니다.
삶에 지쳐 힘들 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련히 떠오르는 곳, 몇 평 안 되는 작은 땅뙈기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이 계시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고, 함께 자란 친구들이 있는 곳이 바로 고향입니다.
마을 앞을 흘러가는 길안천에서 고기 잡던 기억 멱 감던 기억, 나무하러 온 산을 누비고 다니던 그때의 기억들 차마 잊혀지지 않는
정겨운 내 고향 금소의 풍경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방문을 활짝 열고 맞아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술래잡기하며 뛰어놀던 골목길도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마을창고 옆에는 농활 학생들이 그려놓은 벽화도 있습니다. 수십 년은 훨씬 넘은 듯한 간판도 보입니다.
햇빛 잘 드는 양지 녘에 주렁주렁 매달린 메주들...
엄마 따라 물 뜨러 온 꼬마도 보이네요. 볕 좋은 날이면 마당에서 베매기하시는 할머니들을 볼 수 있어요.
“어여와...오느라 힘들었지?” 할머니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한 가족처럼 고향을 지켜가는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7월이면 대마수확에 바쁩니다. 대마를 베고, 베어낸 대마를 쌓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 마을만의 모습입니다.
겨울이면 눈썰매장에서 신나게 놀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마을에는 된장 공장도 있답니다.
할아버지를 도와드리기 위해 들판에 따라 나온 꼬마, 할아버지가 운전하시는 경운기 뒤에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항상 바쁜 농촌의 하루, 끈뜨끈한 아랫목 생각이 절로 납니다.
할머니의 구부정한 뒷모습에서 세월을 느낍니다. 힘을 합쳐 눈길에 빠진 차도 밀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