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포의 유래
1998년 4월 안동 정상동 택지조성을 위해 이곳에 있던 분묘를 이장하던 중 조선 중ㆍ후기를 살았던 고성 이씨 15세 이정명(李貞明, 1504-1565)의 처 일선문씨(一善文氏)가 미이라 상태로 발견되고, 이어 그의 손자인 이응태 (1556-1586)씨가 염습 당시의 모습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두 고분에서는 16세기 중·말기의 복식과 장신구가 그대로 발굴이 되어 당시 양반집안의 복식연구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이응태의 부인이 남편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원이 아버지에게‘와 눈물과 함께 짰을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신발), 이응태의 형님의 애절한 만시(輓詩) 등의 발굴은 우리 모두에게 450년 전의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원이 아버지에게로“로 시작하는 “사부곡(思夫曲)“은 남편을 여윈 아내의 애절한 사랑이 구구절절이 간절하게 표현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게 했습니다. 아내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내용이 아주 인상적 입니다.
원이 아바님께
병슐 뉴월 초하룻날 집에서
자내 샹해 날드려 닐오되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 날하고 자식하며 뉘긔 걸하야
엇디하야 살라하야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는고
자내 날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며 나는 자내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런고
매양 자내드려 내 닐오되 한데 누어 새기보소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엿비 녀겨 사랑호리 남도 우리 같은가 하야
자내드러 닐렀더니 엇디 그런 일을 생각지 아녀 나를 버리고 몬져 가시난고
자내 여히고 아무려 내 살 셰 업스니
수이 자내한테 가고져 하니 날 데려가소
자내 향해 마음을 차승(此乘)니 찾즐리 업스니
아마래 션운 뜻이 가이 업스니 이 내 안밖은 어데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내를 그려 살려뇨 하노
이따 이 내 유무(遺墨) 보시고 내 꿈에 자셰 와 니르소
내 꿈에 이 보신 말 자세 듣고져 하야 이리 써녔네
자셰 보시고 날드려 니르소 자내 내 밴 자식 나거든
보고 사뢸 일하고 그리 가시지 밴 자식 놓거든 누를
아바 하라 하시논고
아무리 한들 내 안 같을까 이런 텬디(天地)같은 한(恨)이라
하늘아래 또 이실가
자내는 한갓 그리 가 겨실 뿐이거니와 아무려 한들 내 안 같이 셜울가
그지 그지 끝이 업서 다 못 써 대강만 적네
이 유무(遺墨) 자셰 보시고 내 꿈에 자셰히 뵈고
자셰 니르소
나는 다만 자내 보려 믿고있뇌 이따 몰래 뵈쇼셔
하 그지 그지 업서 이만 적소이다.
- 편지 원문 -
원이 아바님께
병술(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 현대어로 옮김 :임 세권 (안동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 -
泣訣舍弟 : 울면서 아우를 보낸다.
共汝奉旨甘(아우와 함께 어버이를 모신 지가)
于今三十一(이제 삽십일년이 되었네)
奄然隔重泉(갑자기 이 세상을 떠나니)
영原何太疾(어찌 이렇게 급하단 말인가)
拍地之茫茫(땅을 친들 그저 망망하기만 하고)
呼天之默默(하늘에 호소한들 대답이 없구나)
孤然我獨留(외로이 나만 내버려 두고)
汝歸誰與匹(죽어서 뉘와 더불어 함께 할런지
汝留遺後兒(자네가 남기고 간 어린 자식)
我在猶可護(내 살았으니 그래도 보실필 수 있구려)
所望好上仙(바라는 바는 어서 하늘에 오르는 것)
三生何不遠(삼생은 어찌 빠르지 않을쏜가)
亦望勸有助(또 바라는 건 부지런히 도움을 내려주어)
親庭壽萬億(부모님이 만세토록 장수하시는 거라네)
舍兄神亂哭草(형이 정신없이 곡하며 쓴다)
汝直如竹(그대의 곧음은 대쪽 같았고)
汝潔如紙(그대의 깨끗함은 백짓장 같았네)
將余手物(내가 손수 쓰던 이 부채를)
신汝永去(영원히 떠나는 자네에게 보내네)
舍兄哭(형이 곡을 하며)
삼(麻)과 머리카락으로 섞어 짠 짚신(대렴용)입니다.
신발을 쌌던 한지에 고성 이씨가
"신어보지 못하고 죽었다" 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