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포의 유래
“털그럭 탈칵 털그럭 탈칵”
흐릿한 호롱불아래 어머니는 베틀에 앉아 베를 짭니다. 얇은 종이문 위로 어머니의 그림자가 비칩니다.
우리에게는 옷감이 없어 헌 누더기 하나라도 손이 저려 못 버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때 우리네 농촌에서는 집집 마다 베틀을 갖추고 무명이나 모시 삼 등을 이용해 베를 짰습니다.
농한기에는 온종일 베틀에 앉아 시간을 보낼 정도로 베틀에 매달렸지만, 작은 날실과 씨실이 서로 맞물려 하나의 천으로 탄생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어머니는 가족들을 위해 오직 씨실 속에 시름 담고, 날실 속에 인생을 담아 용기와 희망과 인내를 잃지 않았었습니다.
정성 한가닥, 눈물 한가닥을 엮고 엮으며 지루함과 잠을 쫓기 위해 부른 노래가 바로 삼삼기 노래입니다.
진보 청송 진 삼가리 영해 영덕 뻗쳐놓고 안동포 수백 명이 비베치닥 나래치닥 우리 아빠 관솔 패고 우리형님 밤참하고 밤새두록 삼은 삼이 황쇠등을 못넘게 됐어
울아부지는 관솔 패고 우리엄마 밤참하고 우리 오빠는 관솔 놓고 밤새두록 삼은 샘이 한발이고 반발일레
잠아잠아 오지를 마라 필월 질삼 묵어나네 칠월질삼 묵어나면 봄질삼도 묵어나네 요내눈에 오는 잠은 넘의눈에 가시라세
노래는 삼을 삼는 일의 지루함과 고통스러움이 만나면서 삼 삼기의 어려움과 시집살이의 고통을 드러냅니다.
삼 삼기 노래는 잠과 관련된 것과 함께 시집살이 노래가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잠아 잠아 오지를 마라 칠월 삼베가 봄베 된다이 칠월 삼베가 봄베가 되면 시오마니나 눈에 나네
웬술러라 웬술러라 칠월 한 달 웬수로세 다 죽어라 다 죽어라 삼씨장사 다 죽거라 다 살거라 다 살거라 백묵장사 다 살거라
베틀 놓세 베틀 놓세 베틀 위에 앉은 애기 천상선녀 아니든가 앉은깨라 앉은 양은 우리나라 상감님이 용상자개 하신듯고 허리 부테 두른 양은 남해서산 복해 서왕 쌍무지개 드른듯고 말코라 찬 양은 천년과부 유복자나 얻은듯고 문저즐게 거동 보소 강태공의 낙수댄가 물이 철철 넘나드네
베를 짤 때 부르는 노래의 대부분은 베틀의 구조와 기능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이었습니다. 베틀 위에 앉은 부녀 자들을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에 비유했고, 베틀의 다리에서부터 시작해 앉을개, 부태, 말코, 비거미, 용두머리등의 모양과 율동적인 작업을 의인화하거나 자연계의 실재, 동물의 생태, 기타 현상들에 비유해 형상화했습니다.
또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모든 사물들을 끌어다가 노동기구에 대한 찬가로 엮었으며 이는 노동도구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여성들의 허벅지는 몸의 어느 부분보다 희고 부드러운데 , 삼 삼기를 많이 한 할머니는 허벅지에 굳은살이 배겼 습니다. 따라서 삼 삼기가 몸서리나서 딸을 길쌈하지 않는 도시로 시집보내려고 작정했다는 할머니도 있었다고 합니다.
자료출처 : 안동삼베연구 - 안동대박물관
옛날에 베 잘짜는 처녀가 베 짜기를 하며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하루는 약을 지어오다가 골목길에 쓰러져 있는 거지 할머니를 발견하고 집으로 모셔다가 어머니와 함께 보살펴 드렸다.
밤을 자고 일어나 보니 거지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어머니 병은 완쾌되었다.
처녀의 베 짜는 솜씨가 궁중까지 알려지자 왕이 궁중의 직녀들을 데리고 와서 베 짜기를 겨루게 하였다.
직녀들의 베틀은 훌륭한데 처녀의 베틀은 낡아서 도저히 시합에 이길 수 없었다.
이때 거지 할머니가 나타나서 지팡이를 휘두르자 새 베틀 열 개에다 선녀들이 내려와서 베 짜기를 도와주었다.
왕은 베 짜는 솜씨에 감탄하고 처녀를 왕후로 맞이했다.
선녀들이 쓰던 베틀은 바위로 변해서 베틀바위 열 개가 서 있다.
- 의성읍 선암동에 있는 베틀바위 전설
옛날에 과부가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사는데, 그 아들은 공부가 하기 싫어서 학교에 가다말고 돌아오곤 하였다.
그래서 하루는 아들이 또 중도에 돌아오자, 짜고 있던 베를 잡아 뜯어버렸다. 그랬더니 아들이 ‘왜 어머니 베를 뜯어버려요?’ 하고 묻자, ‘니가 공부를 중단하기 때문에 나도 베를 중단하려고 뜯어버렸다.’ 고 대답하였다.
그 순간 아들이 잘못을 깨닫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뒤에 큰 성취를 하였다.
옛날에 할머니가 영감에게 베를 한 필 내 주면서 '오늘 장에 가서 베를 주고 이야기를 한 편 사 오라'고 일렀다.
영감이 장에 가기도 전에 중간에서 벌써 베를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섰다. ‘베를 팔아 이야기를 사러 왔소!’
하자, 베를 사려던 사람이 갑자기 이야기를 할 재주가 없어서, 근처에 황새가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 이야기를 한다.
"찌웃찌웃 한다. 엉금엉금 들어간다."
그러고는 베를 가지고 가버렸다. 영감이 집에와서 저녁을 먹은 뒤에 할머니가 오늘 이야기 사 온 것을 좀 하라고 하자, 들은 대로 이야기한다.
"찌웃찌웃 한다. 엉금엉금 들어간다."
할머니가 ‘그게 무슨 이야기냐?’하고 나무라니까, 영감이 ‘아니 이야기가 아니고 진실이지!’ 하니까, 마침 도둑 놈이 이 집을 기웃기웃하며 엉금엉금 들어오다 이 소리를 듣고 놀라 도망을 가서 도둑을 맞지 않았다고 한다.
옛날 방학중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뱅학중은 지금부터 약 150여년 전후에 영해지역에서 살았던 사람으로 평양의 김선달, 한양의 정수동, 경주의 정만서, 언양의 지봉이 등과 같은 건달형의 인물로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골려주는 탁월한 재주를 지닌 사람이었다고 한다.
방학중은 가진 것이 없는 백수이자 건달로서 겨울에도 삼베옷 밖에 입을 수가 없었다.
겨울에 삼베옷을 입고 나타난 방학중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모두 "이 삼동에 춥지도 안하나? 왜 베옷을 입고 댕기노?"하고 묻자
‘겨울에는 베옷을 입고 댕겨야 바람이 삭 지나가 버려 안 춥다, 여름에는 솜옷을 입으면 바람이 들어왔다가 안나가서 시원하다.’
‘겨울에 두꺼운 옷을 입으면 바람이 속에 들어가면 안나와서 춥고, 베옷을 입으면 얼른 나가서 안 춥다.’
이렇게 대답을 하고는 사람을 속여 옷까지 바꿔 입었다고 한다.